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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 이야기/무제

아들에게 보내는 편지

by 아재코더 2021. 12. 16.

사랑하는 아들! 솔이에게.

어느덧 솔이 나이가 군대 갈 시기가 넘었는데도 이제껏 편지한통 제대로 써 보질 못했구나.

항상 솔이를 보면 아빠는 미안한 마음이 앞선단다. 아빠가 어릴 때 다짐을 했던 게 훗날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아들일 때 “솔”이라 하고 딸이면 “송이”란 이름을 주고 싶었단다. 그리고 다른 어른들과 다르게 우리 자식에게만은 갖고 싶은 것 모두 갖게 해주고 싶었고 하고 싶은 것 다 시켜주며 자유롭게 키워보고 싶었다. 아마도 아빠가 갖지 못했던 것 자유롭지 못했던 것에 대한 부족을 우리 솔이한테 갖고 싶은 것 많이 쥐어 주고 하고 싶은 것 맘껏 시켜주며 해소하려 했던 것 같아. 헌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마저도 생각만큼 풍요롭지도 않고 자유롭지도 못하게 너를 키운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구나. 솔이가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나름의 고충이 있었겠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고 지나며 잘 자라준 것에 대해서도 고맙고 고3시절과 재수기간 동안의 힘든 학업생활 기간에도 가족들에게 별 부담 없이 혼자서 버텨내던 모습을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막 섞여. 한편으론 안쓰런 마음도 들고.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환경속에서 혼자서 뭔가를 이루기 위해 공부하던 모습이 애잔했지만 그동안 제대로 고생했다는 말도 못해주고 아빠의 마음도 전하지 못 했더구나. 솔이한테 아빠의 마음을 표현도 자주하고 이야기도 많이 했어야 했는데 그런 아빠를 기다려주지 않고 솔이는 벌써 이만큼 자랐더구나. 어제는 솔이 어릴 때 찍었던 사진들 보며 엄마랑 아빠 많이 웃었단다. 솔이가 쑥쑥 자라는 건 보이는데 우리가 늙고 있다는 사실을 그동안 못 느끼고 있었네. 너를 보며 엄마 아빠가 늙어가고 있음을 느낀단다. 예전 사진을 보며 지난 십 수년도 이렇게 빨리 흘렀는데 앞으로의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가게 될 것 같아 솔이랑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었어. 솔아~! 그동안 자주 못했었던 말… 아빠도 쑥스러워 꺼내기 힘들었던 말… 언제 어디서나 항상 솔이 사랑해.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건강하게 자라준 것만으로도 솔이는 엄마 아빠에게 큰 효도를 하고 있는 거야. 앞으로도 솔이가 원하는 일 성취하며 건강하게만 지내 준다면 부모로서 더 바랄 게 있을까? 힘든 타지 생활 잘 해내고 건강 챙겨가며 잘 지내라 솔아~! 사랑해~ 솔아.

2021. 5월 봄비 내리는 어느 날.

언제나 솔이를 응원하는 아빠가 솔이 생각하며 몇 자 적어 보낸다.

 

오래전 어느날 어느곳에서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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